부도덕의 시대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국민을 위한 정부는 없다는 말이 갈수록 진리처럼 들린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공무원 한 명, 한 명이 그와 같은 목표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공무원들은 우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두 번째는 그들의 보스를 위해 일하며, 다음으로는 일을 위해 일한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실체도 분명치 않은 해외자원 개발 사업처럼 큰돈을 낭비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대도(大盜)의 행태부터 야근도 하지 않고 서류를 꾸며서 개인적으로 세금을 착복하는 작은 도둑질까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정부부처의 공무원들은 그들이 모시는 국장의 용돈을 조달하기 위해 업체에 손을 벌렸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이고 좋은 조직, 훌륭한 조직이 많을수록 건강하다. 수많은 조직들 중 나라의 근간이 되는 조직은 바로 공적 조직이다. 공적 조직이 생산적이고 도덕적이면 다른 조직들도 그렇게 따라간다. 하지만 공적 조직이 타락하면 다른 조직들 역시 부패하고 전체 사회시스템은 병든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처럼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공무원은 극소수다.
공공부문을 감시해야 할 일부 언론의 행태는 최악이다. 다분히 상업적이고, 정파적일 뿐이다. 마치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일부 언론사의 기자들은 기자라고 불리지 못하고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고 불릴 정도이다. 지적 수준이 높아진 대중의 입장에서 쓰레기 같은 기자들이 쓴 기사를 믿기 어렵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니 유튜브와 같은 대체언론들이 호황을 누린다. 이같은 행태의 기자들에게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켜내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사주의 신념을 실천하는 아바타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진영으로 나뉘어 다른 진영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거짓 또는 상업적 기사들만 갈수록 난무하고 있다. 기자들 스스로 언론을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자들은 도덕적인가? 한국에서는 값비싼 교육기관일수록 인성을 황폐화시키는 악마와 같다. 교육기관은 한 개인의 경쟁력의 무기일 뿐이다. 특목고를 나오면 더 경쟁적이 되지만 인성은 이기적으로 변한다. 속칭 스카이를 나온 무리들이 사회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다는 평가는 없다. 그들은 주로 그들 자신과 자녀들만을 위해 일한다. 일류대학 교수들일수록 더 많이 부패한다. 일류대학을 나온 다수의 의사, 판사, 검사 또는 고위 관료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기대는 허황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많이 배운 자들과 있는 자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돌보지 않고 오직 그들의 쾌락과 안위만을 위하고 부도덕해질수록 그 끝에는 민중의 대반격이 있었다. 한국 사회가 그 시간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의 리더들이 깊이 성찰할 때다.